손에 피가 안통하는 모양이다. 손이 너무 저렸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곧 등이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한숨을 쉬고는 침대 한쪽에 걸터앉아 메이슨 형이 준 메모지를 꺼냈다. ...이거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네. 메모장을 한장한장 넘기며 읽기 시작했다.
「07.26 코난의 기록
이 노트장을 펼치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메이슨 형은 예의 그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이 노트를 건내주었다. 이게 이런 용도로 쓰일지는...받는 나도 그땐 몰랐다. 형이 죽고서야 현실감있게 다가왔으니까. 우리 중에 다이버가 있다는 사실이...」
됐어, 다음.
「사건에 대해 : 방은 싸우다가 어질러진 듯 어수선했다. 일방적으로 당한 듯한 옷 매무새. 형의 시신은...처참했다. 목, 어깨, 대퇴가 개과 짐승의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이빨로 물어뜯겨져 있다....」
하아...다음.
「07.27 코난의 기록
오후 여섯시 현재, 엄청 우울하다. 조사에 늦게 참여했고, 게다가 급하게 다녀봤지만 건진게 하나도 없다. 난 건진게 없지만, 등이는 백화점에서 뭘 건졌나보다. 나에게 칼 하나를 주었다. 이것을 등이의 가디건을 잘라낸 천으로 둘둘 말아 보관하고있다.」
...다음.
「오후 조사 때, 나는 건진게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꽤나...」
제기랄! 그는 메모장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한참 씩씩대고 그걸 보다가, 다시 주워들었다. 그리고 읽었던 부분을 한장한장 찢어내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무표정하게 찢어내다가 문득 옆을 돌아보았다. 색색거리며 잘 자는, 내 동생만큼, 동생보다 소중한 아이. 찢어낸 메모지를 손에 그러쥐었다.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꾸욱 참았다. 꾸욱, 울면 안돼. 지금 울면 다 무너질거야. 침착하게...숨을...고르는거야.
다 찢어버리고 남은 노트는 마지막장 뿐이었다. 그는 조금 고민하다가,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먼저, 인사부터 해야겠지요?
안녕, 코난 베일리예요.
음...이걸 왜 쓰냐하면.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기기 위해서?
모두들 고마워요. 난 별로 착한 애가 아닌데, 잘 대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렌드 형. 미안해요. 나 형한테 거짓말했어요... 마지막까지 거짓말을 해야해서 정말 미안해요...꼭 살아서 동생들의 복수를 마무리 해주세요.
스테판 누나. 이제 살 의미가 생겼지요? 죽을 생각 말고 그를 지켜요. ...우유 같이 못찾게 되어서 미안해요.
게오르그, 마찬가지에요. 누나를 잘 지켜주세요. 둘이 쭈-욱 행복했으면 좋겠다.
핀 형. 까칠한 줄 알았는데 재밌는 사람이라 제가 좋아했어요. 제 말 잘 들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제이크 형...진짜 미안해요. 미안해. 미안해...형의 죄책감에 짐 한덩이를 더 올리는 기분이에요. ...그냥, 나같은건 잊어버리고, 잘 살아야해요.
헤카테 님...저 날개 깃털 하나 주시면 안돼요? 헤헤. 농담이에요. 예쁜 눈, 예쁜 날개. 저 헤카테님을 보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지크, 고마워. 가끔은 형같기도 해서 너에게 꽤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고마워.
젤라 씨. 울지말아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예요....직접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하게 되네....
네즈 천사님...슬퍼하지 말아요. 당신 친구는 잘 지낼거예요.」
눈을 슥슥 문질렀다. 이놈의 눈이 왜이러지? 자꾸 눈이 아프네. 중얼거리며 펜을 고쳐잡았다.
「엄마, 아니 기네비어 님. 음...이렇게 떠나서 죄송합니다. 이젠 진영에 신경쓰지말고 모두를 살릴 수 있게 노력해주세요. 남은 사람이 몇 없어요.
테스카 님, 호랑이가 아홉마리면 호구! 이건..스테판 누나가 한 말이지만, 보고 웃었으면 좋겠어요. 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이를 잘 보살펴주세요.」
...더 쓸 사람이 있을까...펜 끝으로 톡톡 입술을 두드리던 그는, 다시 옆을 돌아보았다.
너한테는 이따가.....얼굴보고 말할건데. 따로 써야할까?
한참의 고민 끝에, 그는 다시 펜을 바로쥐었다.
「미안해...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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