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어제 회의 때 기억해요?

장난을 걸어오는 당신에게 괜히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괜히 부끄러워져서 입 다물어버렸는데. 그거, 오늘 아침이 오면 사과하려고 했거든요. 같이 그제 밤에 있었던 사건들도 한번 정리해보고. 당신이랑 얘기하면 많이 기억 날 거라고. 같이 웃을 수 있을만한게 많이 나올거라고 생각했어요.


12시 10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다이버가 또다시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갔나봅니다. 그렇다 할 비명소리도 없었기에 모든 것이 잠결에 일어난 일만 같습니다. 두런거리는 말 소리, 모여드는 발소리. 듣기 싫은데, 듣고 싶지 않은데. 어린 여자아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밤 하늘을 찢습니다.


다시 날이 밝았습니다. 어쩐지 오늘따라 후드가 무겁습니다.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보고. 건너건너편 방 문이 열려있습니다.


병원입니다. 무안한 듯 웃던 얼굴이 흰 천 아래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춥지 않나요? 아프지는 않았어요? 첫 날. 이 지옥같은 곳에 도착했을 때 나에게 말 걸어줬던 것 처럼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네요. 몸 안에 고여있던 물이 전부 말라 비틀어졌는지 망할 눈물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으려면 내 것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각오도, 강인함도. 내가 아끼는 사람을 지킬 힘조차도 내게는 없습니다.


코난. 조금 더 많이 이야기 해 보고 싶었어요. 형... 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쪽으로 가게 되거든... 그렇게 부를 수 있게 해 줄래요?


이제 가 봐야겠어요. 당신에게 이 고해가 닿기를 바랍니다.


코난 베일리. 내게 손 내밀어줘서 고맙습니다. 계속 지켜봐주고, 괜찮다고 얘기해줘서 고맙습니다. 고작해야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있는 힘껏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내게 다가와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위해 눈물조차 보이지 못하는 나를 용서해줘요. 정말... 정말 많이 고마웠습니다. 부디,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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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sa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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