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전해질지 모르겠소.
이것을 쓰는 나는 베가스라는 곳에 있소이다. 나는 암호를 발견했다오. 그걸 풀어내니 어느 좌표가 되더군. 그곳이 바로 이곳이오. 결계가 쳐져 있어 바깥보다는 안전하오. 바깥보다는. 아무래도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지만, 일단은 마음을 놓기로 했소이다.
세상이 황량하기 그지없소이다. 여기 저기 건물의 잔해가 널려 있고, 어디서는 그… 미사일이라고, 우리 가문의 이기어검술이 걸린 검 마냥 하늘에서 떨어져 폭발하고. 다이버들이 판치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오. 나는 중원을 좀 일찍 나섰지.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하늘강의 물이 말라버렸는데… 지금은 그곳이 어떠할지 모르겠소이다. 조금은 상황이 나아졌길 바라오. 또한 그대도 무사하기를.
아가씨, 흑요를 기억하시오? 그래, 내 형님이 만들어주셨던 그 검 말이오. 그리고 그대가 흑요석처럼 반짝인다며 그리 이름을 지어주었지. 이제는 그 아이가 없으면 잠들 수 없소이다. 그 아이가 품에 있지 않으면 잠이 안 와. 물론 그 아이를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나와 그대, 둘 뿐이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밤에도 몇 번이나 깨어 확인하게 된다오. 흑요를 안고 있으면 그대가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그래… 나는 지금 중원이 그립소. 너른 구름 위 아래로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그 위에는 대숲이 넓게 펼쳐져 있지. 계곡 사이로 강이 흐르고, 그 위로 낚싯대를 드리우던 이들도 있었고. 무인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던 대련장이, 검을 담금질하며 땀을 닦아내다 웃으시던 형님이, 흑요를 들고 싶다고 낑낑거리던 그대가… 그대가 그립소.
그래, 그대가 그립다오. 내 머리를 빗어 비녀로 틀어주던 그대가. 옷자락이 치렁거린다고 불평하자 묶어주던 그대가. 형님께 받은 흑요를 내가 겨우 들어올리자 손뼉 치며 기뻐하던 그대가. 흑요를 손질하던 내 옆에 와 검날에 얼굴을 비쳐보던 그대가. 왼손의 붕대를 감싸 잡아오던 그대가… 이기어검술을 다루지 못해 가문에서 홀대받던 나를 챙겨준 것은 그대와 형님뿐이었지. 그것은 아직도 고맙게 생각하오.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지. 그대는 살아있기로 약속하였고.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은 하고 있소이다. 세상이 정리되고 나면 하늘강에서 다시 물 차며 실컷 놀았으면 좋겠소이다. 이미 그럴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말이오. 하지만 그대와 함께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소.
내가 편지는 정말 못쓴다고 타박하던 그대가 생각나는군. 그대가 가르치지 그러셨소. 글재주가 있는 건 그대였으니까.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막상 이리 쓰고 있자니 하나도써지질 않는구료. 그저 그대가 그립소. 그립다라는 말로만 한 장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군.
이곳은 벌써 날이 밝고 있소이다. 그대도 이 빛을 보고 있길 바라오. 오늘은 이 거리를 탐색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눈을 좀 붙여야겠소이다. 이만 줄이겠소. 그대가 무사하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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