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부족의 '루엔' 가문에는 두 남매가 있었다.
덩치는 크지만 어디에도 두각을 발휘하지 못하던 '트레이시 루엔' 체격은 곰치고는 평범하지만 전술, 전략의 습득이나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나 모두 뛰어났던 '젤라 루엔' 두 남매는 말을 떼고 걸을 수 있게 될 즘에 남매는 서로에게 주어진 것과 그로 인한 차별을 인지했다.
트레이시는 그것을 덤덤히 받아들였지만 젤라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젤라는 자기 부모님과 달리 동생을 버리고 걸어나가기에는 너무 물렀다.
철퇴를 휘두르고 나면 트레이시가 휘두르다 자빠지지 않을 때까지 옆에 있어줬고
오늘 자기가 배운 전술이 있다면 트레이시가 이해할 때까지 같이 읽어줬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도 결국에는 트레이시를 인정해줬다 루엔의 전사만이 받을 수 있는 머리띠를 둘러매며 그 어떤 때에도 묵묵히 참던 동생은 처음으로 눈물을 쏟아냈고 젤라는 그걸 보며 마냥 기뻐했다.
트레이시가 젤라의 눈을 한참 내려다볼 만큼 크고 젤라가 더 이상 철퇴가 아닌 지휘관의 검을 잡았을 때 젤라의 철퇴가 어느새 트레이시의 것이 되었을 때 둘은 더 이상 단순한 가족도 상관과 부관 관계도 아닌 그런 것을 초월한 사이가 되었다.
전쟁에서는 등을 맞대고 싸웠으며 펼친 지도를 놓고서는 우리 병사를 몇 명이나 더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고 일이 끝나고 나면 술 한잔하며 의미 없는 이야기를 던지며 흠뻑 취하기도 했다.
리고 세상이 합쳐지기 시작한 날 이길수 없는 전쟁이 그들을 찾아왔다 밀려오는 적의 군대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성문을 걸어 막고서는 '여기가 뚫리면 곰은 멸망한다'라는 책임감을 양 어깨에 지고선 갑옷처럼 두르고서는 그곳에 묵묵히 서있는 것뿐이었다.
도망자는 늘어만 갔고 그로 인해 처형되는 이들도 동등히 늘어갔다 막중한 책임감은 두꺼운 갑옷이 아닌 양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어만 가던 때 상관은 부관을 찾아가 가족으로써 말한다.
"병사들을 추슬러 도망치자 트레이시"
"이건 이길수 없는 전쟁이다"
그 말에 트레이시는 빙그레 웃었다 비참하다듯이 소리 내며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렇게 웃었다.
분명 웃고 있었다
"우리에게 도망갈 곳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얼마 안 가 상관은 도망자로써 묶여있었고 부관은 묶인 그 옆에 서있었다.
누군가는 분명 짊어져야할 짐이었고 그것은 병사들의 몫이 아니었다 부관은 떨리는 손으로 철퇴를 꽉 쥐고 있었고 상관은 도망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덤덤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미안하다- 법을 따를 뿐입니다 부탁한다- 노력하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나- 집행하겠습니다
의미 없는 대화가 끝난 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많은 것이 끝났다 철퇴에서 흐르는 붉은 것과 자기가 만들어낸 참극을 보고 부관은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날 성문은 열렸지만 남은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승리를 만끽하러 서서히 다가오는 적의 군대 한복판으로 트레이시는 뛰어들었다 아직도 핏자국이 가시지 않은 철퇴로 기고만장하게 서있던 지휘관의 머리를 박살낸 후 소리쳤다.
그 순간만은 수적 열세도 전략도 전술도 승패를 가를 수 없었다 곰들은 살아남을 생각이 없었고 적들은 명백한 승리 앞에서 목숨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지휘관조차 머리가 뭉개져 질척질척한 덩어리가 된 상태에서는 더더욱
이 땅에서 죽음을 택하겠다고 외친 자들이 살고 싶어 도망친 자들을 죽이고 죽음을 감수한 자들이 살려고 한 자들을 쫓아낸 기괴하고 우스운 장면이었다.
이길수 없는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들이 그 기쁨에 감겨있을때 그들의 지휘관은 조금씩 조금씩 멀어지더니 결국에는 그들 곁에서 사라졌다.
자신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트레이시는 드디어 밀려오는 감정을 받아들일수 있었다.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인 자신의 가족 젤라를 한없이 추억하며 울부짖었다.
루엔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머리띠를 갈가리 찢어버리며 울부짖었다.
그가 짓이겨진 그의 흔적이나 다름없는 철퇴를 부여잡은 채 땅에 머리를 처박고서는 울고 또 울었다 세상이 무너져라 울음소리를 끝없이 토해냈다.
그리고 다음날 세상에는 루엔이 둘 없어졌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세상에 '트레이시 루엔'도 '젤라 루엔'도 아닌 '젤라'가 분명 태어났다.
분명 철퇴를 들쳐멘체 웃지도 울지도 못한채로 마음이 부서진 채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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