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Mystic.
스테판 제시입니다.
이 수첩은 누군가에게 전해질지도 모르고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이야기입니다. 유언장과 비슷하죠. 만약 전해진다면 나는 이미 죽어있겠군요...
암흑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그리고 동료들이 다이버들에게 무참히 살해되고 죽어나갔습니다. 다이버들은 무자비하고, 또 악랄하며 교활합니다. 그들을 조심해야해요.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래왔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이들이 많습니다. 당신은 살아있나요? 수첩을 보고있다면 살아있겠군요.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주세요.
그가 죽었습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어요. 그가 다이버에게 물어뜯겨 포식당하는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도 쓰지 못한채, 덜덜 떨다가 미친듯이 도망쳤습니다. 아직도 손이 떨립니다. 펜이 잘 쥐어지지 않아요.
나는 그 자리에서 죽어야만 했습니다.
살고싶어요.
나는 어느새 혼자가 되었습니다. 혼자 도망다니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있어요. 불면증이 심해집니다. 잠에 들어도 악몽에 시달리기 때문에 잠에 들수가 없어요. 그가 나타납니다. 왜 너만 살았냐고 나를 원망해요.
괴롭습니다.
베가스에 결계가 쳐져있다는 암호를 풀고 그쪽으로 갑니다.
부디 그 곳에서는 안전하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베가스의 결계 안으로 도착했습니다.
의외로 많은,또는 적은 수의 선수들이 보여요. 안도하는 한편 한켠의 기분이 처참하네요.
가현이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여자인줄 알았어요.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그에게 실례를 저질러버렸습니다. 초면인데 그쪽도 아가씨냐고 물어봐버렸어요. 표정이 굳어지던데 어찌나 미안하던지...나중에 그거에 대해서 한번 더 사과해야겠습니다.
게오르그 프란츠. 빨간 후드를 쓴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낯을 조금 가리는것 같긴 하지만 굉장히 귀여운 사람이네요. 불편한데가 있는것 같은데 괜찮아졌으면 좋겠어요.
부디 죽지 않기를...
고등. 생선 탈을 쓰고있는 이상한 여자아이입니다. 처음에는 경계했는데 아이가 사람을 끌어당겨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이 아이가 살아있어 왠지 축복받고 위로받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아아, 이 아이는 끝까지 살아야해요.
몬드 가비아. 아몬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머리카락이 예쁘고, 사람을 위로할줄 알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번에 사람의 불안감을 녹여주었으니까요...
이 아이도 소중합니다.
다이버들이 이 몇 안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다고 합니다. 숫자는 넷. 그들은 밤마다 우리를 죽이고,우리는 그들을 찾아내기 위해 싸워야 할겁니다.
끌리지는 않아요.
빌어먹게도.
메이슨 클라크.
첫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이야기도 나눠보지 못했는데...
'인간과 친한 개를 조심하라' 무슨 이야기일까.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겁이 나서 도저히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요...한심하기 짝이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한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어볼것을...
코난 베일리. 언젠가는 본적이 있는것 같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불안에 떠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어요. 옛날의 나를 보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부디 나처럼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죽지 말아주렴. 부디...
그래주렴.
나는 부탁을 자주 합니다.
내 자신은 굉장히 무력해요.
내 능력 밖의 것일때나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할때에 부탁을 합니다. 당신이 만약 내 부탁을 받았던 적이 있다면 그것을 꼭 들어주세요. 그렇지 않는다면 나는 무너져버릴겁니다.
이미 무너져있는 모래와도 같지만...더이상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헤카테. 굉장히 아름다운 신입니다.
정말로 보고있자면 밤하늘을 보고있는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이예요. 신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귀여운것 같습니다. 신이 맞는걸까?:)
이렌드 윈저. 상냥해보여요. 나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어보이기도 하지만...? 그도 어딘가 위태합니다.
곁에서 지켜주고싶지만..나는 그럴만한 존재가 아니예요.
그의 곁에는 그의 여동생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굉장히 보기좋아요.
무투.
다이버 넷의 표몰림.
보기 좋았던 사람이 하나 죽었습니다.
이렇게나 무력할줄 전혀 몰랐어요.
지켜보기 괴로워서 또 도망쳤습니다.
미안해요
가현이 죽었습니다.
사과를 전해주어야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나는 나약해 빠져서...그를 지켜줄 힘조차 가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겁니다.
도망치지 않을거예요.
가만있지 않을겁니다.
오늘부터 나는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싸울거예요.
그들도 많지만 우리도 많습니다. 충분히 맞설수 있을겁니다.
나는 누군가를 몰아갈거고,그것은 그 사람을 죽일거예요. 나는 평생토록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갈겁니다.
나를 용서하지 마세요.
로데오 칸.
대화를 나눈적이 있던 사람인데 무참히 죽었습니다.
보러가고 싶지 않아서 움직이지 못했어요.
만약 그랬다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려 또 무너져버릴것만 같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루디 페스칼.
날개를 가진 사람. 엠파이어의 천사.
말을 심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만약 내가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면 나는 또 당신에게 계속해서 용서를 구할게요.
그래도 나를 용서치 마세요.
몬드 가비아가 죽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 어여쁜 아이. 나에게 백합꽃을 전해주었던 아이.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아, 나는 이렇게나 나약해요.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습니다. 편해지고 싶어요.
또 다시 도망치고 싶습니다. 이 삶에서,그리고 지옥에서.
아이는 다른 사람들 처럼 잠든듯이 누워있습니다.
손재주가 전혀 없는 나로써는 그 아이가 접어주었던 백합꽃을 접을 수가 없어요.
추모할수도 없어요.
한심하기 짝이없습니다...
또 살아남았습니다.
실은 나에게 투표했어요.
많이 지쳤으니까.
+
이것 저것 이야기가 쓰여진 수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붉은 눈의 여자는 몇 장 남은 수첩의 빈 페이지를 뜯어내고는 수첩을 제가 피운 자그마한 모닥불에 던져넣는다.
수첩이 타들어가던 것을 물끄러미 보던 그녀는 조용히 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무릎을 끌어안는다.
오랜시간 적어왔던 자신만의 준비가 일렁이는 불 속에서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들어간다.
이제 그녀에게는 더이상 그것이 필요가 없었다.
전해내릴 이야기도, 혼자만의 준비도. 더이상은 필요치 않았다.
그녀는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고 맞서기로 마음먹었다. 더이상은 도망치지 않으리라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유언장은 더이상 필요치 않다.
이 지옥에서 걸어 나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그녀는 손을 움직여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제 능력으로 불을 눌러 그것을 조금씩 사그라들게 만든뒤 몸을 일으켜 망설임도 없이 발을 옮겨 광장 쪽으로 향한다.
도망치지 않을것이라고 몇번이나 되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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