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것이 부서져버려서 다 해진 곰 가죽으로 감싸서는 숨겨버렸다.
나는 늘 실체 있는 적과 싸웠다 악어..매..사자 등 거대한 이름앞에 묶인 그들을 상대할때는 오직 전쟁과 싸움에만 집중할수 있었다.
편리하게 죄책감을 숨길 수 있는 이유 또한 가질 수 있었다 '부족을 지키기 위해' 따위를 편리한 방패 삼아서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곰의 전사 중 한 명으로 나누어 짊어져야 할 죄책감이 아닌 '루엔' 일가의 가족으로써 짊어져야 할 짐에 나는 짓눌려 결국에는 이름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나의 흔적이 남아있던 곳을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그 이후로는 생각이라는 것을 포기했던 것 같다 그저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산산조각 난 마음을 이어 붙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혼자가 편해'라며 중얼거리며 살아왔다.
마음을 감싼 가죽은 생각보다 질겼고 부서진 마음으로 빗발치는 죄책감의 화살을 막아주었다 '혼자가 편해'라고 다시 한번 중얼거리며 산산조각 난 마음을 잠깐 열어 혼자 붙이려고 애쓰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어린애처럼 흐느꼈다.
앞을 보지 않고 마음 만을 들여다보며 살아오던 어느 날 내게는 기회와도 같은 것이 찾아왔다.
'이 결계 안이라면 같은 공포를 공유했던 이 사람들이라면 나도 예전처럼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희망을 가졌다.
물론 그 알량한 희망은 결계를 타고 공명하는 비명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첫날은 이제부터라도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남아 있었다.
다음 날은 명예롭지 않은 죽음에 분노하는 척을 했다.
그다음 날은 죽음 그 자체에 두려워 벌벌 떨고 말았다.
어느새 칭칭 싸매던 곰 가죽은 다 해지고 망가졌다 조금씩 밀려들어오는 죽음의 공포와 내가 회피하던 과거의 죄책감이 나를 조금씩 조금씩 좀먹기 시작했다.
숙소에 가득한 공포에서 도망쳐 나오면 그것보다 두려운 적막이 가득했기에 나는 억지로라도 다른 곳을 찾아 헤매야 했다... 물론 결국 내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은 2층의 적막과 7층의 침묵 뿐이었기에 나는 더욱 무너져만 갔다.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마음을 간신히 챙기고 희생자를 뒤로하고 숙소로 들어가 또 자기 자신을 혐오하며 머리를 부여잡으려는 때에
그녀가 내게 찾아왔다.
"백화점에 아주 크고 편한 침대가 있어서... 오늘 나랑 같이 잘래요?"
"여기... 너무 조용하지 않아요? 언니, 무섭죠?"
나도 모르게 '네 너무나도 무서워서 울어버릴 것만 같네요'라고 말하려는 걸 참고는 말한다 '만약 제가 다이버라면 어쩌시려고 그런 무모한 호의를 베푸십니까?' 나에게서 떨어지라는 경고의 칼날을 잔뜩 담아서는 내뱉는다.
"언니는 아닌 것 같으니까요, 내 선택은 나에겐 제일 올바른 거예요"
돌아온 말에 숨이 턱 막혔다 '어쩌면 저렇게 강할 수 있을까'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걸까''난... 난... 그러지 못했는데..' 질척질척한 핏덩어리가 된 누군가를 떠올리고 찢긴 이름을 떠올리며 주저 앉을 것만 같은 다리를 간신히 지탱하고 얼굴에 간신히 미소를 띠고는 답한다.
"그러면... 내일부터 그렇게 하도록 할까요"
대답을 듣고 해맑게 웃는 그녀가 사라져가는 걸 보고서는 방안으로 들어온다 놀랍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어째선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서 해맑게 웃은 채 누워있는 카치나 인형을 꺼내 안고 앉아서는 중얼거린다.
"구한 적도 믿은 적도 없는 신이시여 만약 계신다면 염치없지만 이 아둔하고 나약한 곰의 청을 단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제발... 저 강한 소녀가 내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중얼거리고서는 인형을 꽉 끌어안은 채 나지막이 한마디를 더 중얼거리고서는 침대에 눕고선 눈을 서서히 감는다.
"그리고... 만약... 가능하시다면 저 또한 그 소녀와 함께 내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내일을 기대한 채 꿈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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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옵니다.
다이버는 무엇보다 빠르게 살육을 마친 후, 어둠 속으로 멀어졌습니다.
모두의 발언권이 돌아옵니다.
몬드 가비아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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